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미 일선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 참여해 온 학습지 업체 ㅇ사 관계자는 22일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 교사 채용을 늘리고, 그동안 개별적으로 방과후 학교에서 강의하던 교사들도 영입할 계획”이라며 “방과후 학교를 겨냥해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와 초등 논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480여개 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을 해 온 ㄷ사 관계자도 “그동안 학습지 사업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방과후 학교 시장에 진출할 준비는 이미 돼 있는 상태”라며 “전국적인 서비스망도 갖추고 있어 시·도 교육청들의 입장만 정해지면 곧바로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어학원 ㅇ사와 ㅍ사 쪽도 “방과후 학교 참여를 위해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설 모의고사 업체들도 이번 자율화 조처에 고무된 분위기다. ㄷ사 관계자는 “이번 조처로 사설 모의고사 시장이 예년에 비해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모의고사 성적표에 포함되는 학교별·지역별 비교 자료 등 학력 정보를 20가지 이상으로 세분화해 경쟁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ㅇ사 관계자도 “서울 등 대도시 학교와 성적을 비교해 보려는 지방 학교의 수요가 상당히 늘 것으로 본다”며 “출제진을 보강하고 평가원과 시·도교육청의 학력평가 유형을 면밀히 분석해 문제 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의 자율화 조처로 학교가 사교육 업체의 돈벌이 공간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남 여수여고 박용성 교사는 “학교 현장은 지금도 ‘입시 지상주의’에 갇힌 상태인데, 이번 조처로 ‘학교의 학원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방침은 공교육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윤숙자 회장도 “사교육 업체의 학교 진출 허용은 정부가 내세우는 ‘교육의 다양성 확보’ 원칙에도 맞지 않다”며 “이미 과중한 시험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