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는 15일 “그 동안 지침으로 금지했던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사설 업체의 모의고사 시행, 영리업체의 방과후 학교 참여 등을 가능하게 하고, 학습 부교재 선정 지침도 폐지했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등은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영리업체들이 맘 놓고 돈벌이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업체 사이의 치열한 경쟁으로 리베이트 등 학교가 비리로 얼룩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등 각종 지침으로 규제에 나선 것도 일선 학교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비리 때문이었다. 2005년 서울시교육청 조사를 보면 서울 시내 초등학교 347곳이 어린이신문을 단체로 구독하고 언론사로부터 1부당 700원씩 기부금이나 청소 용역 등의 대가를 받았다. 국가청렴위원회까지 나서 “어린이신문을 구독해 주는 대가로 언론사한테 기부금을 받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상업주의에 치우친 기사 내용, 리베이트 관행 등 10여년 동안 문제를 제기해 2006년에야 지침이 만들어졌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말했다.

학습 부교재와 사설 모의고사도 리베이트 문제로 해마다 학교 관계자들이 형사 입건되는 등 비리로 학교가 몸살을 앓아 왔던 사안이다. 2006년 현직 교사 30여명이 특정 출판사의 참고서를 부교재로 채택하고 그 대가로 수십만~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출판사 직원들은 “자사 책을 부교재로 채택하면 해당 학교나 교사에게 판매액의 20%를 건네는 것은 전국적 현상”이라고 경찰에 진술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교과부는 부교재를 선택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하고 일괄 구입이나 강매는 금지하는 지침을 보내 그나마 견제해 왔다. 사설 모의고사도 지침과 상관없이 해마다 4~8차례 치르고, 한 번 볼 때마다 학생 1인당 1000~1500원의 리베이트가 학교로 들어가고 있다는 폭로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방과후 학교에 영리기관도 참여할 수 있게 되면 학교로 진출하려는 사교육업체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여, 비리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교육단체들의 우려다.

현인철 전교조 대변인은 “학교 현장에서 비리를 뿌리뽑고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자고 마련한 지침을 규제로 보고 폐지한다는 발상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비리고 뭐고 영리업체만을 배불릴 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