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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25 16:20

높푸른 생각을 키우는 논술 이야기

글쓴이 : 운영자

동화는 미지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

아이가 “엄마”라는 첫 걸음마를 떼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게 뭐야” 이다.
‘What is this?’
이는 주변 사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의 발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을 중심에 놓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다분히 자기중심의 지적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엄마의 역할은 아이와 사물 사이에 존재하는 매개체로서, 아이의 두뇌에 3차원적 사물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는 번역기(Interpreter)와도 같다.
말을 깨치고 시작된 아이의 지적 호기심은 아직은 우물 속 개구리와도 같아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벽돌 하나하나를 관찰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제법 ‘가갸거겨’를 배우고 글에 대한 호기심이 어느 정도 생겨날 때쯤, 마침내 아이는 우물 밖 세상을 향해 뻥 뚫려 있는 하늘을 보게 된다.
당연히 이 시기는 우물 밖 동경의 세상, 시공을 초월한 4차원적 상상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최고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직은 어리기만 한 아이가 세상구경을 하겠다며 무턱대고 우물 밖으로 나설 수도 없는 시기다.
이 때 바깥세상의 거울과도 같은 것이 바로 ‘동화’다.
그리고 이 시기가 동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글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정립돼 가는 최적기라는 것은 백번을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가 지금도 어릴 적 읽은 동화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이다.
한편으로 동화는 그 자체로 우물 밖 세상의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생각거리와 토론거리를 제공해 주는 논술의 보고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동화논술이 선풍적인 인기다.
이왕이면 동화도 읽고 논술도 하고 영어도 잡자는 일석삼조의 욕심 때문인지, 최근에는 국어․독서논술에 이어 영어․동화논술이 큰 바람을 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영어동화논술이 논술이라는 허울만 입었을 뿐 동화를 영어로 구연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어차피 우리 아이들은 영어권 아이들 보다 조금 늦게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영어동화이다.
이미 글을 알고 대부분의 동화도 읽은 상태.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영어동화를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영어동화의 문장구조를 속속들이 해부하듯 파헤쳐 가며 좀 더 깊이 있는 생각거리를 들춰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거리를 가지고 서로 진지하게 토론할 때, 그야말로 모든 부모가 바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음에 오는 글은 필자가 동화에 이어 사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가져야 하는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일천자로 압축해 보았다. 기승전결의 기본적인 글틀에 담긴 필자의 의도를 헤아리고 행간의 뜻을 살피며 정독해 보자.

신문은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거울

동화가 미지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신문은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 가운데서도 시사의 배경과 실체의 모습을 밝게 비추는 조명이 사설이다. 우리가 논술 천자문을 시작하면서 특히 이 사설을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사건의 진상과 결말 때문이 아니다. 단 1,000자의 글이 독자의 이성을 헤집고 심장을 때리는 그 무엇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 무엇 때문에 한글 일천자가 천자문 쓰듯 힘들고 천부경 보듯 어렵다. 한 번 보면 글이요 두 번 읽으면 말이다. 글과 말이니 못 읽고 못 들을 것 없지만, 그것도 내공이 충분히 쌓였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천자문 몇 번 끼적댄 손으로 역경의 원리를 손바닥 보듯 조명할 순 없다. 더욱이 읽기는 쉬워도 쓰기는 백배 더 어려운 것이 사설이다. 하얀 것은 안개요 까만 것은 병졸인데, 사방 오리가 첩첩산중이요 벼랑 끝이다. 어디든 가야하니 방향부터 잡고 본다. 어차피 가는 길, 눈감고 칼질이다. 오리무중에 칼 들고 춤추니 허공만 베는 칼춤이다. 그야말로 야밤에 무문곡필이다.

무문곡필은 필자를 죽이고, 급소를 찌른 펜은 독자를 죽인다. 독자를 겨냥한 펜은 일격필살만 있을 뿐이다. 일격필살에 4초식이 있으니 기승전결이다. 상대를 향해 일어서서 칼을 뽑는 것, 그것은 기(起)다. 상대를 격하고 뽑은 칼로 곧장 급소를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가는 것, 승(承)이다. 막힘이 있으면 칼을 한번 비틀되, 그래도 칼끝은 반드시 상대의 심장을 향해야 하는 것은 전(轉)이다. 찌른 칼을 빼서 한번 털고 칼집에 넣는 것, 결(結)이다. 처음부터 심장을 노리니 감히 칼끝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비분강개하여 찔러오니 차갑기가 서릿발 같다. 초식은 간명한데 피할 수 없다. 몸을 비틀어도 어느새 정확하게 가슴을 찔러온다.

사설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이 논술의 정도를 밝힌다. 이제 앞으로 나가 적을 맞으니 필살, 그것 한가지다. 기승전결에 일격필살 말하기를 바둑판이면 어떻고 장기판이면 어떤가. 이 종이 한 장에 생명을 건 천자면 충분하다.

[작성자 : 한국뉴디터교육평가원]